로마(ROMA) / 사랑방 손님과 옥희에게
1.
뉴스를 보다
미국 연방 정부의 셧다운이 잠정 중단됐다는 보도
불법 이민자 방지를 위한 멕시코 국경 건설 예산 승인 여부에 대한 공화당과 민주당 간의 갈등은 여전히 진행 중이다
영화 ROMA에서 페르민 역을 했던 멕시코의 호르레 안토니오 게레로가 아카데미 시상식 참석을 위한 미국 입국 비자 발급을 거부당했다는 기사도 보인다
아카데미 어워드가 다가오고 있다
올해는 특히 멕시코 출신의 알폰소 쿠아론 감독이 넷플릭스 지원으로 멕시코에서 찍은 영화 ROMA가 10여개 부문에 노미네이트 되면서 각 부문의 강력한 후보로 거론되고있다
2.
알폰소 쿠아론 감독
대략의 건너건너 전작들
그 예전 에단호크 기네스펠트로 위대한 유산에서부터
이투마마 해리포터 아즈카반의 죄수라든가
칠드런 오브 맨 비우티풀
그리고 그래비티
그리고 이 시점
흑백 영화 ROMA로
그리고
문득 떠오르는
3.
흑백의 물거품으로 시작하는 처음부터
배경이 되는 집의 가정부로 일하는 여주 클레오(얄리차 아파라시오)
주인집 남자가 주차할 때 나가 마당의 개똥을 치우고
이 방 저방 건너방을 오가며 청소하고
옥상에 빨래를 널러 올라간다든지 쉴 틈이 없다
유독 그럴 때마다
저멀리 저 높이 하늘 끝에 조그만 비행기가 지나가고는 한다
옥상에서 아이와 함께 시체놀이를 하는 클레오
이 아이가 커서 알폰소 쿠아론 감독이 됐는지
그집 아이 중에 누군지 모르겠지만 중요하지않지만
어쨌든
옥상에 누워 하늘을 날아가는 조그만 비행기를 비추는 카메라
문득
저 흑백의 필름 속 풍경들을 보고있자니
데자뷰..
한편으로 거기나 우리나
그 옛날 70년대 전후 흑백 풍경이
마치 흡사 웬지 우연찮게시리도 비스무리하다는 생각이 든다
4.
어린 옥희도
마당에 서서 하늘을 올려다 본다
그 흑백 화면 속의 맑고 드높은 하늘이다
조그만 비행기가 날아가는 것이 보인다
문득 화가 아저씨가 있는 사랑방 쪽을 바라보는 옥희
자신의 손에 들려있는 꽃 한송이를 바라본다
마침 그때 어머니가 방에서 나오자
옥희가 어머니에게 꽃을 내민다
어머나 이 꽃 참 예쁘구나 이 거 어디서 난 거니?
이거 사랑방 아저씨가 주었지
그래?..
사랑방 아저씨가 꼭 어머니 드리라구 하던걸
뭐 뭐라고 어머나..
왜 그러우?
아, 아무 것도 아니야..
그런데 왜 갑자기 얼굴이 빨개지우?
어머 얘는.. 아무 것도 아니라니까..
5.
클레오는 가끔 남자친구 페르민을 만나 모텔도 가고
그 곳에서 페르민은 클레오에게 나체로 봉술 묘기를 보이기도 한다
그러다 페르민은 클레오가 임신했다는 말을 듣자마자 연락을 끊고는
이후 그 소위 70년대 멕시코의 혼란스런 정치판 속으로 빠진다
그 시절 극장 앞에서 노점 장사하는 아저씨들
길거리를 오가며 지나가는 사람들의 분위기
클레오가 페르민을 찾아가는 어느 변두리 훈련장의 동네 풍경들
그래
언젠가 어느 여름날 밤의 기억
티비 흑백 필름
6.
그 때도
시절이 어수선해서 그렇지
유난히 맑고 높아 보이는 그 옛날 시절의 하늘이다
그 흑백 화면의 드높고 맑은 하늘
어디선가 멀리 부웅 비행기 날아가는 소리가 들린다
평범한 주부 선영은 남편을 졸라 양품점 일을 하게된다
어느날 선영은 우연히 동창 친구를 만나 함께 사교 클럽에 가게된다
이후 영선은 점점 사교춤과 옆집 젊은 남자 춘호에게 흥미를 느끼기 시작한다
점점 집안을 등한시 하게되는 선영
대학교수인 남편도 점점 부인의 변화를 느끼게 된다
7.
주인집 여자 소피아는
결국 바람을 피는 남편과의 관계를 정리하게되고
클레오는 소피아의 배려로
또한 결국 임신한 아이를 낳게 되지만 사산하게된다
클레오는 소피아와 아이들과 함께 간 바닷가에서
물에 빠져 죽을 뻔한 아이들을 구해준 후
문득 사산한 아이를 떠올리며
소피아 그리고 아이들과 함께 서로를 부둥켜 안고 흐느낀다
그리고
엔딩
알폰소 쿠아론 기억 속의 여인들을 위하여
8.
그 때도
시절이 어수선해서 그렇지
유난히 맑고 높아 보이는 하늘
그 옛날 흑백 시절의 하늘이다
언덕 하늘 위를 날아가는 조그만 비행기
남주 철호는 대가족을 책임지고 있는 빈곤한 가장이다
노모와 만삭의 아내 백수 남동생 영호 여동생 명숙
비단 자신의 오래된 충치 때문이 아닐지라도 온 삶 자체가 힘들다
치매 노모는 밤낮으로 허공에 다 알수없는 소리를 질러대고
결국 만삭의 아내는 온갖 고생을 다하다 아이를 낳다 죽게된다
백수로 말썽만 부리고 다니던 동생 영호 마저 은행을 털다가 붙잡힌다
철호는 썩은 이 하나 뽑을 여유도 없는 이 괴롭고 힘든 삶 속에서
갈 곳을 찾지못한 채 방황한다
내 삶은 오발탄
오발탄이야..
9.
그러니
영화 ROMA
그 한겹 한겹 속살의
간결한 플롯과
정갈하게 난도된 편집
철저하게 계산된 롱테이크 속에서
보여지는 군더더기 없는 장면들이 깔끔하고 빈틈없어 보인다
그러면서 끝으로 가면서 눈사람 처럼 뭉쳐진 차가운 감상들이
서서히 덩어리 져서 그 마지막 바닷가 파도들처럼 힘차게 밀려온다
모범적 기본기를 바탕으로 뽑아낸 그 고전적 정서가 탄탄하다
그러나
때로 지루하다
이야기는 고전인 양 진부하고
연기는 자연스러워 생소하다
그럼에도
결국
우리도 그들과 별반 다름 없었을 것일 뿐이라니
옛날의 선배들이 그랬고 지금의 우리 또한 별반 다르지않으니
다만 그저 편하게 볼 것이다
적당히 소격하게 두고 볼 뿐이다
그래서 좋아들 하나보다
영화제가 선호하나 보다
어쨌든
동서고금 대개 동일하겠지만
특히 영화의 모범적 전범 그 생명은 질기다
10.
그래 그거
데자뷰
언젠가 티비에서 방영해 주던
한국 고전 흑백 영화들이었던 거 같아
그러니
웬지
아무 상관없이라도
어느날 문득 시간될 때
영상자료원 같은 곳에서라도 가서
어느 조용한 구석에서라도 서서
사랑방 손님과 어머니의 순수와 사랑
자유부인의 도발과 용기
오발탄의 빈곤과 갈등 등등
그외 등등등에게
심심한 경의를 표해야 할 것인가에 대해
심심하게 고민해야 할 것인가에 대해
물어봐
옥희에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