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입자 / 차라리 영화 기억의 밤 복기를
1.
돌아
돌아보고
꼭 돌아보고
그리고
그래도 다시한번
돌아보게되기를
언젠가처럼
지나간 그 시절의
아련하거나 미진했던 그 시절
어느날 삶의 연인과도 헤어진 날
눈오는 겨울밤 거리를 밤새 걸었던 것처럼
먼 훗날
또다시 지난날의 무모했던 부끄러움이
어딘가 허공을 떠돌고있을 이프로를 찾아
모두가 떠나간 빈 강의실에 앉아있다가
문득 터져나온 생각지못한 고름처럼
그런 짜릿함을 예비한 것 뿐이고
이제 돌아갈 문은 닫혔으니
그래도 그러므로
잘 되겠지
그저
지금은
순수와 열정으로
가던 길 달려가기만을
비록 밤새 내리는 눈 없더라도
이젠 혼자가 아닐테니
혼잡한 길이라도
흔들리지 말고
돌아보지 말고
무심히
꼭
2.
간판
곰국을 기대하고 들어간
자리 잡고 보기시작한 순간부터
돌아보면 첨부터
수저와 집기 그릇들부터 좀 이상하긴 했지
글쎄 어쨌든
기대했던 할머니 곰국집 분위기는 아니었으니까
혹시 간편식 재료 사용은 아니겠지 했으나
잠시후
눈귀에 익숙한 납품용 찬거리들이 나오면서
이것들은 혹시 티비 아침 드라마용 대사인가
중간쯤
손때 묻은 여행용 잡지책 속 스토쿠처럼
철지난 미스터리 퀴즈쇼인가 생각도 들었지
그러더니
소면도 아닌 스파케티 가락들이 제공되길래
브레인스토밍으로
그럼 다음엔 피자류 소스인가 하는 순간
갑자기
짜장 시키신 분 하며 배달 철가방 속에서
춘장에 담긴 양파와 노란무들이 나왔을 때
아
이런 스릴러가 다 있노라면
그리고
마음을 다잡고 고쳐앉으려다
쿠오우웅 반전처럼 펼쳐지는
와인잔에 담긴 생간과 순대를 보는 순간
아
혹시
그럴리가
그래 그거야
이 모든 것들이
지금까지 본 이 모든 것들이
철저히 계산된 반전을 위한 일종의 허언술이라면
아 이것이 바로 그 전설로만 내려오던 컨스피러시
백년 무비강호에 구전으로만 떠돌던 비책서
레전드 고수들의 비급 레트로
바로 그 신공 무비
순간
소름이
아
역시
고수네
비단
월남쌈 쌀국수만 고수가 아니었으니
아
차라리
모바일 뿐인
무명 관객들은
그냥 저어기 그늘막
시장 저잣거리 노점에서
무명의 남녀노소 서민들과
종이컵에 어묵 하나 꽂아들고
줄서 기다렸다 조심스레 받아든
막 튀겨 따끈한 꽈배기 한봉지 들고
색바랜 신문지에 돌돌 싸서 먹기나할걸
3.
어스
아니
겟아웃
아니
디아더스
아니 공포가 아니라자녀
사바하
목격자
기생충
아니 석자 제목이라고 다 들이대면 안되자녀
그럼
더위커맨
아니 아니지
여긴 여주가 일당백이자녀
캣우먼
원더우먼
차라리 판타지면 아니 근데 스릴러라자녀
이도 저도라면
독립
저예산
아니 어였한 멀티플렉스 상업이자녀
원작
장르
아니 잘나게 그런걸로 딴지걸지말라니
논리
개연성
이봐 진부하게 따질거라면 그만하자녀
그렇담 이건 어떨라니
말하라니 듣기는 한다자녀
차라리
뭘 차라니
차라리 기억의 밤 두 번
이궁
그래 옛다 고구먹 튀김
그래 그럴거라니
굳이
여튼 관객 맴이자녀
어쨌든
뭐랄수 없는 거라니
4.
자
이제 그만
각자 일 볼테니 그만
신경쓰지말라니
알겠다니
배고프자녀
그 편리한 편의점 있자녀
그동안 로칼 돌아다니느라 힘들었자녀
오래동안 영화도 넘 마니 보고있었자녀
어쨌든 머니도 있겠다
부지런히 세끼 건수 정도는 채워야하니
그렇다고 일일이 전문점들 서치 말고라도
이번엔 가볍게 앉아 기본 키오스크시스템으로
업그레이드된 편의점에서 해결할 거라니
요샌 다들 그렇게 랩탑서비스로 하자녀
편의점 곰탕
편의점 스파게티
편의점 떡볶이
편의점 피자
편의점 김치
편의점 짜장
편의점 짬뽕
편의점 순대
그외 등등
그리고
요거
마지막에 잊지말고
하이라이트
편의점
로또
꼭
5.
다시
돌아와
그 장면
눈 오던 겨울밤이네
누구나
그 언젠가
인생 실연의 하트 부여잡고
함박눈 맞으며 걷던
그 밤길에
우연히 마주친
그 가판대에서
뭔가라도 사야할 거 같아
잠시 고민하다
사게된
그
로또
떠오르는
기억의 밤이라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