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소녀가
몇년전 이었던가
아침 일찍 나왔는데 약속되었던 일이 오후로 딜레이 되버렸다
알지 이런 경우.. 이런 도그 핫 도그 같은
바로 그 아깝고 기나긴 오전 나절 시간이 길거리에서 남아돌아가게 생겼다
오전에 일찍 영화를 보러갔었다
아마도 제법 넓직한 영화관 로비 홀과 썰렁한 표 파는 창구 앞에 아무도 없었던 걸로 기억한다
마치 햄버거 주문을 받는 것같이 서있는 창구 앞 청년에게 다가갔다
잠시 상영 시간을 보며 서있는데 문득 옆에서 들리는 어린 여학생의 목소리
영화.. 뭐가 재미있어요?
돌아보니 그 여학생은 나에게 아니고 햄버거 아니고 매표 창구 청년을 보고 있었다
그러나 청년은 기계처럼 무표정하게 서서 마치 그런데요 그런건 내가 책임 못지지요 괜히 그런 짓 하다 많이 친절도 아니고 오지랍도 아니고 굳이 일도 아닌 것들 땜에 여기저기 관계자들 입장에서 공연한 오해와 낭패를 보았던 적이 왕왕 있었겠지요 라는 마음을 이해해 주시겠다면 말이지요 그냥 계속 이 무표정으로 서있겠어요 라는 무표정으로 말없이 그 여학생의 무표정한 표정을 바라보고만 있었다
나도 그런 두 명의 무표정한 표정들을 옆에서 무표정한 표정으로 바라보고 있었다
잠시후 내가 입에 물고있던 츄바춥스를 빼들며 그 여학생에게 말했다
웜바디스 보세요
그 여학생은 내쪽을 쳐다보지도 않고 바로 청년에게 돈을 내밀었다
웜바디스 주세요..
쿨하네..
영화관 안에는 생각대로 아무도 없었다
흐음 너무 좋아 아무도 오지말던가 스포츠 경기장처럼 꽉 차던가 아무 상관없어
더구나 별로 좋아하진 않지만 아침 조조부터 이런 목캔디 보다 더 까칠까칠한 팝콘이라니
갑자기 누군가 내 옆으로 다가와 앉았다
아까 그 여학생 이었다
굉음 소리를 내며 보여주고있던 영화 예고편이 딱 끝나자 나는 마치 예정되어 있었던 것처럼 들고있던 팝콘을 그 여학생에게 건넸다
그것을 또 아무 말없이 받는..
그리고 먹기 시작하는
쿨하네..
영화가 끝났다
아무도 없는 화장실 거울을 마음껏 음미하다가 어슬렁 거리며 나왔다
아직도 시간을 더 때워야 했다
E/V보다 백화점하고 연결되있는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내려가기로 했다
한 두어층을 내려가자 저 건너 아래층 에스컬레이터로 내려가고 있던 그 여학생과 눈이 마주쳤다
그러자 그 여학생이 한층 앞에서 내려섰다
그리고는 기다린 듯 다시 옆으로 올라타길래 그냥 물어보았다
영화.. 재미있었어요?
팝콘 잘 먹었어요.. 제가 커피 사드릴까요?
커피요?..
거참 쿨하네
2. 영화관에서
삐급 감성이라는 것이
본질적 비본질적이나 스트릭 또는 스무디하게 보건대
영화를 만드는 이들의 것인지 아닌지
소위 보는 이들이 먼저 맴과 마인드의코드가 자연스럽게
그들의 상상과 예측불허 엉뚱 발랄 경쾌와 독설이 등이
아무리 기묘한 가족이라해도 천진난만 천방지축 기대만빵으로
외로워도 조아 혼자여도 조아 캔디라도 조아 블랙 버터 블럭버스터 블랙 유머가 아니라도 조아 비현실적이어도 좋아 어느정도 재미만 기발 신선이 있다면 나에게 보여줘
이름만 쫑비식의 애완견 이름을 명명해 부른다고 귀엽고 애교있는 좀비가 되는 것도 아닐 뿐 더러
머리에 양은 냄비를 뒤집어쓴 채 목에 두른 넥타이와 걸맞는 옷을 노숙인들 처럼 겹겹이 싸매고 입고 다닌다고 재미진 것도 아닐진대
이제는 너무 익숙해진 경쾌한 장단이나 타악기 비트로 좀비들을 띄운다고 스크린 속에 난무하는 피범벅이 더이상 희화되는 세상도 아니지만
밤하늘 위에 화려한 폭죽을 마구 떠뜨려서 좀비가 온통 로망으로 변해버리기도 힘들어진 미세먼지 날리는 빡빡한 양배추밭에서 젊은이 둘이 넘어져 겹쳐진다고 느닷없이 흐르는 발라드송 만으로 급무드 로맨스가 이루어지기엔 미처 생각지도 못한 상황에서 아무리 그래도 설마하고 방심하고 있었던 캐릭터들의 느닷없는 커플 설정에 대한 시나브로 감정 조절이 안되서 무서워
때로는 록키호러픽쳐쇼 때로는 킹스맨 때로는 시실리이키로 때로는 이십팔일 때로는 이십팔주 후에 부산행에 창궐하여 때로는 양배추밭의 고추밭 때로는 다시 이십여년 전 조용한 가족일 수도 있지만 그나마 최근에 기억에 남는 것 중 아쉬운 건 웜바디스 정도네
저예산이든 독립이든 마이너든 굳이 대략 메이저가 아니더라도 대내외적으로 상징적으로라도 간소하게 갔으면 차라리 보는 관객들도 맴 편하고 부담없이 말 그대로 삐급이든 씨급이든 어쨌든 분명 메이저는 아닌 마이너적인 감성인지 뭔지 비스므리한 코드로 보기라도 부담없이 즐기기라도 했을 수 있었었을 뻔 했을지 모르는게 좋았을 뻔 했다는
3. 여좀비로
그러다가
이 기묘한 영화를 보고난 후
얼마가 지난 어느날 밤
갑자기 몇년전 그 영화관이 생각났다는 거지
자다가 문득 생각나 부시시시 일어나 생각했던 간단한 코드는
그 좀비는 아니 그 쫑비는 남자가 아니라 여자이어야 했다는 거
그래서 문득 오래전 그 여학생 아니 그녀가 생각난거지
수년전 그날 그녀와 잠깐 조우했던 그로부터 한참이 지난 어느날 밤 갑자기 문득
돌아보면 주변에 그런 매력있는 캐릭터들이 은근 제법 적지않다는 생각과 함께 말이야
그래서 결국 다시 몇년전 웬지 그 기묘했던 그녀의 판타지를 생각하게 된거지
4. 리바이벌 하는
다시 생각컨대
최근 어느날 밤 문득 떠올랐다는 건데
사실
그 영화관에서 한참 영화가 상영중일 때 언뜻 그 어린 여학생을 잠깐 쳐다봤었거든
하도 조용하길래 아니 이 학생이 자고있나 혹시 영화라는 거 좋아하지도 않는 사람이 부득이 마땅히 갈 데가 없고 아침부터 시간 때울 곳이 없으니 적당히 그냥 시간 때울려고 컴컴한 영화관에 와서 잠이라도 자다 나갈라니하고 온 것일까 설사 그렇다하더라도 상관없지만 그래도 문득 살짝 궁금해서 나도 모르게 중간에 문득 흘깃 쳐다보았는데
문제는 그때 흘깃 쳐다본 순간 그 여학생의 눈동자가 마치 오로라의 섬광들처럼 반짝반짝반짝 거리며 이글거리고 있었던 거야
뭐라고 표현하기도 좀 그런데 굉장히 흐음..
그런데 그때 웬지 살짝 섬찟하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확실한 건 동시에 그 순간 굉장히 아름답다는 생각이 들었거든
스크린을 쳐다보고 있는 그 학생의 얼굴 속의 그 눈동자가 스크린인 양 그 까만 눈동자 속에 뭔가 화려하게 타들어가는 듯한 파노라마 같은 것이 보였던 거지
아니..
사실 그것은 그냥 아무 것도 아니었을지도 모르지
여튼 오랜만에 그 생각이 떠올랐던 거야
이 영화를 보고나서 얼마 지난 어느날 밤에 문득 그 여학생이 생각났다는거지
그래서 또 생각에 생각을 하게된거야
그래 왜 그랬을까 하는 생각에 이런 좋은 기묘한 가족에 대한 재밌었을 뻔한 생각을 가진 영화 이야기에 대한 생각을 가지고
남자 좀비들은 많잖아 진짜 많았지.. 간단하게 생각해봐도 주조연과 수백 수천 엑스트라 좀비들로부터 드라큐라 브래드피트 톰크루즈 부터 대부분 포함해서 웜바디스 니콜라스 홀트까지..
그렇다고 또 발빠르게 그 흔한 섹시하고 요염하며 관능적이고 유혹의 침을 지르르 푸르르 흘리고 다니는 컨셉의 여기저기 동네 마켓마다 다 팔고있는 기성제품 같은 19금 여자 좀비 같은 컨셉 말고
어리고 아름다운 순수한 히스토리를 가진 독특한 여 좀비였으면 좀더 다른 컨셉의 스토리가 구성될 수 있지 않았을까.
그리하여 차라리 쫑비가 아닌 쫑순이 하고 숨어들어간 곳에서 만나게 된 독특한 캐릭터와 러브인 하는거지 굳이 러브 컨셉으로 가고자 했다면 말이야
왜냐하니까
왜 그런 생각이 들었나 생각해보니
참 생각을 많이도 하는 것 같다는 생각을 하지만 실상 별로 그렇지도 않다는 생각을 항상 하고는 하지
하여튼
나중에 얘기를 들어보니 그 여학생이 아니 나중에 알고보니 어린 여학생이 아니라 그녀는 이미 벌써 올레디 다 큰 이제 막 대학을 졸업한 대학 졸업생이었다는
여튼 그 여대생이 그때 막 대학을 졸업하고 그 어떤 삶의 어떤 시리어스한 고민과 선택 앞에 얼음처럼 봉착했었던 순간이었었다는 거지
사실 이제야 말하지만 이상하게도 처음 보았을 때부터 그녀 눈동자에 촛점이 없었던 거 같기도 했어
그녀의 얘기를 들어보니 아니 본인이 자기 이야기를 그냥 하니까 왜 나도 모르지 그때 그 텅빈 영화관 로비를 서성거리고 있다가 만났었던 그 영화관을 들렀었었던 그 시점이 그랬었던거겠지
그래서 어찌어찌 커피를 마시며 생판 모르는 이들 끼리 오히려 허물없었던 건 아니었는지 모르겠지만 잠깐 만나 서로의 사고와 가치관을 무심하게 얘기하고 헤어졌었던 그 기억이 난거지
몇년이 지난 이제서야 지금 문득 갑자기 말야
그래서 그냥 하는 얘기지
여 좀비도 차암 캐릭터에 따라 매우 매력적일 수 있다는
그 흔한 온갖 남 좀비들 스토리 보다는
이미 이 기묘한 영화는 다 끝나고 영화관에서는 사라졌지만
그와 함께
이미 벌써 같이 그 기묘스러웠던 아니 쿨한 여학생도 아니 그녀도 다 사라졌지만 말이야
이 기묘한 영화 때문에
이제서야 그녀에게 때늦은 인사를 다 하게 되네
하이
부디
모든 문제와 고민들이 잘 해결되었었었을기를 바래
5. 판타지
그런데 말야
이거
이 얘기
진짜
내 기억이 맞는 건지
노
노.. 라니
기억 아니라니까
그런 기억들에 집착해서 영화 만들라니까 자꾸 아닌게 되는거야
너의 판타지 라니까
좀비 같은 거 할라믄
판타지
이를테면
그래.. 차라리 지금 그런거
그녀에 대한 판타지 같은 거 말야
대체 어떤 그녀이길래
게다가 좀비 컨셉까지 오버랩 시키려하려고그려고라니
어쨌든 관객들이 일단 보게되면
또 쏘쏘 그냥 재밌네.. 정도라 할지라도
여튼 땡기는 코드가 있어야지
그래야 대박이야
마치..
소녀가 영화관에서 여좀비로 리바이벌 하는 판타지 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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