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표정으로 가장한 채 영화를 본다
영화 보기 전부터 스토리는 대략 예상 가능하여 충만 만빵이니
이미 머리 속엔 그 내용이 주르르 달려있어 다만 확인할 뿐이다
이런 영화의 유형에는 기본적으로 공통으로 적용되는 공식들이 있기 때문이다
우선 여자 주인공은 미모의 불치병 소녀
예전엔 주로 백혈병 이었지만 요즘은 비교적 낯선 희귀 질병들도 많이 등장한다
여주 케이트의 병은 XP(색소피부건조증)로 햇빛을 쐬면 생명이 위험해진다
그로 인해 케이트의 활동 범위는 제약된다
낮에는 실내에서만 있어야 되니 주로 밤에만 나와 돌아다니게 된다
또한 여주가 잘하고 즐기는 한 두 가지의 취미 혹은 특기가 있다
주로 음악 미술 손뜨개 만들기 등
케이트는 실제 가수인 것 처럼 기타와 노래를 잘한다
결국 케이트의 밤바람 버스킹은 찰리와 만나게 되는 계기가 된다
그리고 대부분 글도 잘 쓴다
관객들은 대부분 여주의 글과 손편지나 나레이션에 울컥 감동받는다
케이트 역시 일기책을 통해 찰리에게 그녀의 마음을 전해준다
더불어
이런 영화의 배치되는
굳이 공식같은 요소들이라면
아름답고 착한 주인공 소녀의 곁에는
항상 밝고 명랑 허허실실한 분위기 메이커 역할을 하는 절친이 있다
대부분 그런 절친들은 또래의 친구라해도
보통 한 열살 정도는 더 먹은 큰언니처럼 속내가 깊고 희생 정신이 강하다
당연히 케이티의 친구 모건도 어렸을 때부터 무조건 절친이며
항상 허당인 듯 오버를 떨지만 생김새나 마음씨가 모두 진국이다
또한 물론 큰언니 같은 아니 그 이상
아들 두어 명 군대보낸 이모 정도의 깊은 속내와 배려심을 가지고 있다
그리고 결정적으로 제일 중요한
주인공 소녀와 사랑에 빠지는 훈남이 있다
이런 남주 캐릭터의 특징 중 하나는 누가 봐도
듬직 성실 정의롭고 무한능력 발산 가능한 매력을 지니고 있다는 것이다
더구나 이런 훈남의 특징 중 하나는
여주보다 더 프리티 섹시한 여자가 지속적 노골적으로 들이댄다해도
얘는 도대체 어디서온 최신형 움직이는 바비인형 인가 대체 뭐지
할 정도 면벽수양에 특성화된 일편단심 민들레 같은 남자다
남자 주인공인 찰리도 대략 비슷하다
더군다나 실제 아놀드 슈왈제네거의 아들이다
그 밖에
주위에 여주를 극진히 보살펴주는 천사표 조력자들이 있다
케이트의 아빠 잭 담당 여의사 기차역 역무원 등등 기타
그 외에
로맨스 묘사에 있어서 영화의 수위를 정해야 하는 것이 중요하다
여기서는 일본 원작 태양의 노래 보다 여주 연령대를 조금 높이는 대신
그에 어울리는 변화 배경과 캐릭터에 대한 적절한 에피소드를 보여준다
이렇듯 대략 어느 정도 기본 틀 아래
필수 기본 캐릭터의 컨셉트를 정한 후
시대 배경 등에 맞는 꿀잼 바른 닭살 비비큐스토리를 만들어간다
특히 가능한 트렌디한 여주남주 캐스팅을 위해 전력을 다한다
이들에 대한 호감도 매력 등이 영화의 승패를 좌우하기 때문이다
어느새 영화가 마무리 되어간다
영화를 난도하는 교만도 대강 마무리 되어간다
역시 예상에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그런데
어쨌든 생각보다는 그냥 볼만하네
대체 생각이 어땠길래
아니 어쨌든 일단 잘 봤다는 거지
그런가 그러면 그건 나름 볼만했다는 건가
뭐 꼭 그런 건 아닌데
이런 느낌은 나름 뭐지 그냥 낼름 일어서 나갈까
드디어 영화가 끝났다
그제서야 잠깐 들썩하며 슬쩍 옆자리를 둘러본다
그런데.. 보니
보니 하니
어린 남녀 친구 한쌍이 손수건을 주고받고있다
건너편엔 여학생 A 또래 친구들 B들 C들이 앉아
쿨적이고 앉아있는
아
이 분위기는 뭐지
문득
아.. 여긴 어디
난 지금 누규
아니 이 거 뭐야요
그러고 보니 청불이 아니자녀
자세히 살펴보니 이 영화는 대한민국 12세 등급이넹
어 순간
어 이거.. 뭐였더라 이 기분
언젠가 식스센스
부루스 윌리스가 영화 끝에 허리에 총자국을 발견하는 기분
아.. 그러네
그래서 쫌 그랬구낭
아니 나야 당연히 청불 로맨스 영화인줄 알았지비
메인 포스터의 컨셉트도 좀 격렬해 보여서리
맨날 그런 거만 봐왔으니말야
어쨌든
그래?
아 됐어
그럼 지금까지의 청불 로맨스용 시각을
이제라도 12세 할리퀸 로맨스 눈높이코드로 바꿔야지
자 다시 갈께요
레디
에 또..
이런 영화는요
운명처럼 만났다가 아름답게 헤어지는 기존 멜로 로맨스 영화의 정석을
크게 벗어나지 않는 무난하고 착한 영화라 할 수 있다
누군가에게는
신파 로맨스 영화의 진부한 설정들로 보일지 모르지만
저 타이타닉의 여주 이름를 떠올리게 하는 듯한 풋풋한 케이트와
어릴때 초코렛 공장에서 입큰개구리 닉네임으로 성실하게 일했을 것 같은
찰리같은 선남선녀들에게는
아름답고 순수한 운명같은 러브 스토리로
받아들여질 수도 있는 것이다
어디선가
급 들려오는 치얼업
할리퀸.. 할리퀸
할리 할리 퀸 퀸..
나에게는 관습적인 스멜이
타인에게는 특별한 취향이 될 수 있는 것처럼
나의 눈높이가 그에게는 배꼽 높이 밖에 안될 수도 있고
그에게 배꼽으로 보이는 것이
타인에게 팝콘으로 보일 수도 있을 것이다
늘 살면서 상대적 미덕을 잃지 말아야 할 것이니
하물며 사랑에서랴
그러니 혹시라도 어느 미래에 이런 사랑을 만났을 때
쉽게 무너지지 않고 극복할 수 있는 힘과 승화시킬 수 있는 미덕이 되었기를
그래서 언젠가 먼 훗날 다시 돌아온 국화처럼 스크린 앞에 앉아
어느 또 다른 약간은 진부하지만 순수표 멜로 로맨스 영화를 보게 된다면
그 때는 나름 경험한 만큼 느끼고 본 만큼
그리고 열심히 사랑한 만큼
옆자리에 앉아 눈물을 닦고 있을지도 모를
어느 어린 여학생 A나 B 그리고 C 들 누군가에게
다정하고 애정어린 코멘트라도 해줄 수 있기를
주저리 주저리
그러나 진부하더라도
브라브라브라..
역시 상투적일 수 밖에 없더라도
그 때
어디선가 급 들려오는
셀라비 셀라비
셀라 셀라.. 비 비
셀라비
셀라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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