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비트릭2018. 9. 17. 13:24

 

 

 

 

 

 

그리하여

 

급기야

 

은교가 떠난지

 

오 년여의 세월이 지난 후

 

감독은

 

다시 또

 

침묵의 최민식을 통해

 

어느 깊은 산간 마을 입구에 서있는 오래된 고목처럼

 

끝내 그 견고하고 올드한 나르시즘의 정점을 변치않고 보여주고야 만다

 

 

 

 

 

 

 

 

 

그것은 마치

 

어느 학생들의 습작에나 나올 법한

 

고전적 컨셉트 트릭을

 

대단히 감동적이며 비장한 희생양의 부성 서스펜스로 몰고가면서

 

어쨌든

 

기껏 결과적으로는

 

물질만능의 그릇된 판단과

 

노회한 계락으로 사회 시스템을 농락하며

 

자기중심적 가치관을 성취한 

어느 후진 갑 정도 캐릭터에 대한 연민을 위해

 

연출과 연기의 열심을 보여준다

 

 

낯선 이국의 열정 패이

 

노점의 울컥한 국수가락 보트의 판타지 등으로

 

긴 시간 기다리며 보던 이들의 덤덤한 반응은 아랑곳하지 않은 채  

 

저들만의 장엄하고 클래식한 나르시즘에 푸욱 젖은 채

 

두겹 세겹 반복하는 감정과다 포장 속의 일방적 엔딩을 보여준다

 

하아..

 

 

 

 

 

 

 

 

그러나 

혹시라도

 

이 영화라는 매체가

 

한두푼 남아도는 돈과

 

헤드끼리의 비지니스나 딜로

 

감히 세상을 향해 지르는 값비싼 종합예술만은 아닐진대

 

 

그렇다면

 

최소한 스톡홀롬 신드롬까지는 아닐지라도

 

또한 원작과의 컨셉트 방향이나 정서 등 차이에 대한 냉정한 모니터는 그만두고라도

 

어느 후진국형 돈칠갑한 소영웅주의자에 대한 헌사 같은 저 시대착오적인 감상적 착시 연출 보다는 차라리 좀더 참신한 쫄쫄이 디자인이나 유치한 변형이라도 또는 대중 부페식당 같은 다양한 의견 수렴한 각색에라도 힘쓰거나 아니면 하다못해 쫌이라도 신파 따위에 대한 매우 영악한 자제라도 바람직하지 않았었던가

 

 

 

 

 

 

 

 

그러므로

 

돌아와  

 

은교에 이어

 

다시 한번 보건대

 

 

그런 저편만을 편애하는 듯한

 

또는 그런 저들하고만 어울리고 싶어하는 듯한

 

이 영화에 동참하기 위해서는

 

시작부터 무조건 함께 동일한 나르시즘에 빠져야 할 것 같다

 

만약 그렇다면 그렇게 한다면 그럴 수 있다면

 

어느 정도는 보는 이에 따라 각자의 감흥에 빠질 수도 있을 것이다

 

 

 

 

 

 

 

해피엔드..

 

문득

 

감독의 전작을 떠올린다

 

나름 해피하게 보았던 영화 아니었던가

 

볼만한 작품 아니었던가

 

 

 

그래서인지 

저래서인지

 

어쨌든 이번에는 다시

가제.. 음악앨범 이라니

 

뭐가 뭔지 뭔가라도

어디 다시 한번

 

이 감독의 대박을 보고싶은 궁금증이 있다

 

 

 

 

 

 

 

 

그러니

 

생각컨대  

 

다음에 나타날 때는

 

부디

 

그 진부한 올드함과

 

거북한 그 나르시즘에서 벗어나기를

 

 

 

그리하여

 

언제였던가

 

그 시절

 

어느 시골 장바닥에 우르르 쏟아져있어

 

이름도 몰랐었던

 

그 울퉁불퉁하게 신선했던 

생강처럼 단단해져 돌아오기를

 

 

 

Posted by GOLDEN TRICK
무비트릭2018. 9. 15. 06:17

 

 

 

 

화면은 세련되고 컷 또한 유려하다

 

그 속을 노니는 연기도 부드럽고 깨끗하다

 

마치 현실의 곳이 아닌 어딘가 몽환의 자치구인 듯 하기도 하다

 

구질구질한 삶의 편견이나 찌질한 도덕의 비판은 택도 없고

 

고전적 미장센과 클래식이 어울리는 쿨한 공기 내음 속에서 저만치 희미한 물안개 근처 어딘가에서는 원숙하게 찌들은 묵직한 나이테의 원목 테이블에 진액같이 흐르는 달큰한 차의 향기라도 뿌옇게 뿜어져 나오고 있어야 할 것 같다

 

 

 

최소한

 

그리고 나서야 영화를 보아야 할 것이다

 

아니 그의 이야기를 들어야 할 것이다

 

그가 생각하는 이야기를

 

보여주고자 하는 것에 대하여

 

그것은 주로 오랜동안 그의 머리 속에 있어 녹슬고 빛 바랜 톤을 카메라를 통하여 만들고 꾸며서 연출해놓은 것들에 관한 것일 것이다

 

 

 

 

 

 

 

 

그 속에 열일곱 소녀 은교(김고은)

 

그리고 노작가 이적요(박해일)

 

그의 제자 서지우(김무열) 등이 있다

 

 

 

처음부터 노작가 이적요는 자신의 늙고 추루해진 속살을 바라본다

 

어느날 나비처럼 날아와 의자 속에 파묻혀 잠들은 어린 소녀 은교

 

그러나 이런 경우 어리다곤 하지만 그것이 곧 순진하다는 것과는 별개일 수도 있다

 

또한 그것은 너무 익숙해 마치 어느 어디선가 보고 들었던 것 같아서

 

너무나 익숙해서 떠오르지 않는 알 수 없는 금언 같은

 

젊음이 너희의 노력으로 받은 상이 아닌 것처럼 

늙음 또한 나의 잘못으로 인한 벌이 아니라는

 

그런 이적요의 이성과 은교에 대한 본능의 대치 속에서 자연스럽게 그 틈새를 지극히 현실의 시선으로 재단하고 파고 들어가는 공대생 제자 서지우

 

 

 

설정과 예정된 수순은 드러나있고

 

스토리는 단편 이상도 이하도 아닌

 

이미 결말은 현실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할 이적요의 성정에 치우쳐있었고

 

다만 중간중간 끼어드는 저 공대생 서지우의 변수가 존재할 뿐 이다

 

 

 

 

 

 

 

 

고전적 연출 속에

 

스토리의 흐름은 차분한 듯 하지만  

 

어찌보면

 

이러한 인위적 스킬들은

 

키 작은 소재를 영상에 버무려 크게 희석시켜놓는 용액의 역할로 쓰인 듯 하다

 

또한

 

설마 이 영화는

 

종반 몇분간의 은교와 서지우의 그 격정을 대단한 히든카드로 보여주기 위해 그 길고 긴 시간 뒤의 짧은 크라이막스로 배치한 것일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마지막에

 

이적요의 마음을 향해 울먹이다 가는 은교는

 

왠지

 

문밖을 나가자마자

 

곧 정신을 차리고 다시 남자를 찾기위해 주위를 두리번 거릴 것 같다

 

그녀의 뜬금없는 자기변명처럼

 

외로워서

 

 

 

 

 

 

 

그래서

 

사실

이도 저도 아닌 회색 지점에서 그 정체성을 잃어버린

이 영화는

조금이라도 더 대박을 위해서라도

처음

첫 단추부터

은교의 관점으로 보여주었어야 했을 것이다

 

 

 

그런 후에야

 

비로서

 

문학이 아닌 이 영화는 모든 게 다 재편집 되면서

 

은교의 순진스럽고 야한 의도로 시작된 

 

빛 바랜 사춘기 시절

 

그녀의 단편적 자화상이라는 은밀한 그림들이 보이기 시작했을 것이다

 

 

 

이적요

 

서지우

 

그리고 감독

 

그 외 그녀의 삶을 스쳐 지나가는 모든 자들을

 

가차없이 삭제해버린 그녀의 은밀한 그림들이

 

 

 

Posted by GOLDEN TRICK